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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살이: 장점과 단점들

by kimikomi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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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이민온 지 5개월 차.

오늘 문득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나는 역시 영국살이가 잘맞는것 같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영연방 국가 뉴질랜드에서 지내본 경험도 있고, 영국문화도 좋아한다. 영국 pop이나 드라마 모두 모두.
한국과 다르게 모든게 느리게 흘러가지만 그 느림이 여유를 줘서 좋다. 아마 어린 나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빨리빨리 문화가 그렇게 달갑진 않다.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건 자연! 주변에 초록초록 나무들과 꽃들을 맘껏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다. 내 생에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지 홍콩에서 도심 한 가운데 야자수가 즐비하고 도심 곳곳 공원이 있는게 너무 좋았고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생각했는데 영국이 그러하다. (생각해보니 홍콩도 영국의 영향이 아주 큰 곳이네! 내 운명은 영국이었을까@.@) 아침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출근하는 길이 초록초록, 지나가다 다람쥐도 볼 수 있다.

영국에서 지내면서 정말 다양한 패션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난 참 좋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는 날씨때문에 누구는 긴팔을, 누구는 민소매를 입고 있다. 그리고 여기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머리를 분홍색으로 물들이든 피어싱을 하든 노상관이다. 한국에서 병원으로 출근할때도 단정한 복장을 하라고 했는데,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근무할때만 복장규율을 지키면 되는거 아닌가. 나는 크롭티를 좋아하는데 영국병원으로 출근할때 누구하나 나한테 "너 병원 출근하는데 왜 이렇게 입고 다녀?" 같은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게 내 마음을 참 편하게 한다.
또 여긴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런지 빈티지옷이나 슈퍼마켓 브랜드의 옷을 사입기도 하고그거 가지고 차별하지 않는다. 간호과장급 되는 사람이 겨울점퍼를 테스코에서 £20 주고 이런 퀄을 샀다며 자랑하는 걸 보고 여긴 참 좋다 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유니클로옷을 유니클로입은것처럼 안보이게 코디하는 법 같은 잡지기사와는 정말 다르다. 물론 영국 럭셔리 브랜드가 많고 또 그걸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긴 각양각색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줘서 참좋다. 그리고 닥터마틴 등과 같은 제법 값이 나가는 것들은 매우 튼튼해서 아주 오래도록 사용한다. 다들 물건을 굉장이 닳고 닳을때까지 오래 쓰는 것 같다 여긴. 그리고 그게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다.

영국에 와서 딱히 구매한게 없다. 내 성향자체가 미니멀리즘을 좋아하고 하나 오래 쓰는걸 지향하고 재활용하는 걸 좋아해서 플라스틱 포장재를 이용해서 organisers 로 이용해서 쓴다.

많이 아쉬운 건 재활용에 있어서는 엉망이다.
사람들은 재활용을 하고 싶어하는데 제도적으로 후달린다. 한국처럼 재활용 따로 일반쓰레기 따로 음식물 따로 버리는 제도가 없고 한데 모아 버리면 나중에 분리하는 스타일. 리필용 제품이 거의 없고 플라스틱사용이 너무 많다. 포장지를 줄였으면 좋겠는데 그 점은 너무 아쉽다.

먹거리는 참 건강한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은 미니냉장고 뿐이라 냉동고가 없다. 그래서 음식을 냉장보관 밖에 못하는데ㅠㅠ 음식물이 정말 빨리 상한다. 한국에서 식빵 사고 곰팡이 한 번 본적이 없는데 여기는 3-5일 정도면 곰팡이가 핀다. 심지어 통조림도 한번 열고 일주일이면 바로 상한다. 그만큼 식품보존제를 첨가하지 않고 건강한것 같지만 너무 빨리 상해서 ㅠㅠ 그때그때 필요할때마다 장을 봐야하는게 조금 아쉽다. 닭가슴살 1kg으로 사는게 더 저렴한데 보관을 못하니 나눠서 400g정도씩 따로 구매한다.

런던의 월세는 정말 어마무시하다. 또 zone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렌트를 아끼기 위해 시내랑 떨어진 곳을 구하거나, flat을 share하기도 하는데 나는 워낙에 먼 거리를 싫어하고 같이사는 짝꿍은 하우스쉐어를 끔찍이 싫어해서 비싼 동네 스튜디오에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월급의 반 이상이 월세로 나가지만 출퇴근에 한시간씩 쓰지 않고, 남들과 부엌이나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아서 좋다. 삶의 질을 위한 비용을 지출한다고 생각중이다. 그래도 내년에는 출퇴근을 하더라도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갈까 고려중이기도 하다.

벌써 5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어느 날은 잠에서 깨면 12월 마지막 날이 와 있겠지.
코로나 때문에 엄마보러 한국에 가지 못하는게 너무 아쉽다. 여름 옷도 가져올 수가 없다니ㅠㅠ...

만족스러운 나의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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