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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간호사일기

영국간호사 일기: 식은땀이 주룩주룩

by kimikomi 202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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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간 나이트 근무를 했다. 다른 동료들은 나이트 근무가 좋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나이트가 더 힘들고 버거운 것 같다.

데이근무는 07.30-20.00 12시간 반 근무다. 7시반에 와서 전체인계하고 bedside handover하면 8시가 좀 넘는다. 아침약 주고, 당뇨환자들이 있다면 인슐린도 주고,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 체위변경하고, 씻기고 하다보면 10시가 되어간다. 그때 short break 또는 tea break 로 30분을 쉬고 돌아오면 의사들이 회진돌면서 오더하는게 있으면 처리하고 또 혈당체크하고 체위변경하고 하다보면 점심약주고, 점심 서빙하고, 혼자 식사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있다면 또 먹여주고 하다보면 1시 금방 온다. 그러면 본인 순서에 따라 1시간 15분 정도 long break를 갖는다. 또 돌아오면 쉬는 동안 못했던 것들 하고, 노트도 쓰고, 혹시라도 입퇴원있으면 그것도 하고, 바이탈, 체위변경, call bell 응답하고, 그러다보면 5시가 금방 된다. 그러면 또 혈당 체크하고 저녁약 주고 저녁 먹이고 그러면 7시가 되고 인계준비하고 인계하면 퇴근. 시간이 정말 빨리간다.

다른 병동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neuro, stroke병동은 환자들 나이대가 높아서 여러질환(HTN, DM 거의 기본)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거동이 온전하지 않아서 체위변경이나 pressure sore 에 대한 간호를 많이 한다.
또 재활이 중요한 파트라서 PT, OT 등 다양한 (요새 한국말도 못해서 0개국어자).. 직종? 들과 함께 일하면서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다.

데이근무는 많이 바쁘지만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아서 시끄럽고 정신사납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동료들은 나이트근무를 선호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나이트는 평화롭고 조용한 줄 알았다. (*한국에서 병동 경험이 없어서 비교 불가능)

나이트는 19.30-08.00 근무. 인계받고 저녁약 주고 체위변경하고 밤에 특별한 사항없으면 이게 다다. (바이탈, 혈당체크 는 기본!) 그런데 나이트는 수당도 받으니까 나이트마니아들이 많다.

물론 나는 아직 너무 신규라서 무슨일이 생겼을때 대처를 어떻게 해야되는지 몰라서 나이트가 더 힘든건지도 모르겠다. Neuro 병동 특성상 mental 환자들도 있는데 다들 그렇게 밤만 되면 소란을 많이 피운다. 엊그제는 도저히 주체가 안되는 환자가 밤새 소리를 지르며 IV 라인도 뽑아버리고 팔에는 갑자기 상처가 나있고 바닥을 기어다녀서 정말 힘들었다. 한국은 아직 억제대를 사용하는것 같던데 ㅠㅠ 여기는 mitten 이 최대 억제대 인것 같다. 그것도 동의서 잔뜩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밤새 그 환자때문에 너무 골머리를 앓았다.
(데이 근무 때는 욕하고 때리고 물까지 부어버렸다길래 각오는 했었지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어젯밤엔 혈당이 너무 높은 환자가 있어서 다시 체크하러 들어갔다가 SOB 를 보여서 풀바이탈 체크하고 온콜닥터한테 Bleep 하고 PAART team 에 도 Bleep하고 식은땀이 너무 났다. 문제는 처음 돌보는 환자라 환자파악이 잘 안된 상태에서 medical note가 도대체 보이질 않았다. 이래서 수기차팅을 없애야한다. 환자에 대해 이것저것 히스토리를 물어보는데 그 종이 뭉치 없이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요!!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는지 전화너머로 다 느껴지는데 데이근무때부터 사라진 그 노트가 없어진건 내탓이 아닌걸. 그렇다고 환자 상태가 안좋은데 노트찾느라 시간을 지체할 수도 없고. 또 어떤 걸 계속 물어봤는데 도저히 그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이해가 안된다고 했더니'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게 어딨냐고 말해서 너무 슬펐다. 에스칼레이트? 이스칼레이트?라고 들렸는데 내가 하도 못알아들어서 for resus? 라고 되물어주어 알아들었다.

ㅠㅠ구글에 찾아보니 내가 맞게 들은게 맞았구나. 들으며 뭐해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해외간호사는 진짜 간호대학을 나와서 하는게 정설인 것 같다는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들어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게 많고 자기들만의 용어와 줄임체가 너무 많은 나라.
예를 들면 TWOC 같은거..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이런 용어 쓰나요??
혈당수치도 BM 이라고 하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많은 시스템과 용어들.

그리고 느낀게 예전에 해외간호사 준비할때 "ER경력" 되게 좋다고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거나 영어진짜 잘하는거 아니면 아무리 ER경력이 빵빵할지언정 ER에 들어가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영국병원 A&E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진짜 긴박한 상황에서 다들 말도 엄청 빨리하고 악센트도 다 다른데 "pardon?" 할 시간도 없고, 이해해주지 못할것 같다.
*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은 한국처럼 방광염 같이 미약한 질병으로는 응급실에 발도 못부치는 곳.
* 영국간호사 ER에 지원하고 싶으시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한 번 봐보세요!
24Hours in A&E

Netflix 에서 캡처

하여튼, 나이트 때 환자들이 조용히 잘 자고 일어나 준다면 꿀같은 근무겠지만, 밤에 뭔 일 나면 근무인원도 훨씬 적은 상태에서 닥터도 바로바로 오지 않아서 아주 진땀빼는 사태가 나타난다. 온콜닥터는 담당의가 아니기 때문에 담당간호사인 내가 환자를 아주 잘알아야하는데 평소에 돌보지 않던 환자라면, 나이트 동안 환자를 파악하기란 정말 어렵다.
다행히 노트를 doctor's office 에서 찾아냈고, 산소주고 바이탈 계속 체크하고, Paarteam 닥터와 온콜닥터가 오면서 anti 다 바꾸고 fluid 처방하면서 환자 상태가 진정되었다. 그렇게 나의 새벽이 끝나고 해가 밝아왔다. 그리고 갑자기 아침 7시에 new admission을 받아서 정말 와.......

예전에 의학드라마 같은 거 보면 "드라마니까 그렇지. 무슨 사건사고가 맨날 터지냐." 싶었는데 사실이다. 병원은 정말 별의별일이 다 있다. 하루도 빠짐이 없다.

최근 동료들이 ITC(ICU)로 transfer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줬는데, critical care 를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든 어젯밤이었다. 영어도 너무 큰 문제이고ㅠㅠ
"이런 주제에 여기를 어떻게 왔지." 싶을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한글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영어가 공용어인 사람들 너무 부럽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차지널스 시킬까봐 너무 겁난다. 신규조무래기로 영원할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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