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의 이야기.
해외에서 간호사로 일하길 꿈꾸며 그려왔던 이미지와 현실은 사실 많이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조직문화를 너무 싫어하는 내겐 영국의 병원생활이 더 좋다.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너무 싫었고 정규시간 전 수술준비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책정하지 않는게 싫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없는 영국병원의 삶이 한국보다는 좋다.
병동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사실 분위기가 별로다.
중간연차의 간호사들이 없고, 올드한 간호사와 거의 신규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 신기하게 특정인종이 모여있어서 그들끼리만의 리그가 있다. 그러다니 잘 뭉쳐지지 않는 모래알 같은 느낌이 많다. 자기들끼리도 old and young으로 서로 대립해서 칭할 때도 있고, 특정인종의 언어끼리 얘기하는것도 흔하다. 우리부서는 그렇다.
여긴 경력 많은 간호사라고 신규 간호사들을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는다. PIN이 있다면 같은 간호사일 뿐이다. 다만, 올드한 간호사 중 몇몇은 타성에 젖어서 출근도 거의 20분씩 늦게 하거나 쉬는시간도 제멋대로 더 많이 쉬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불만이지만 이 나라는 '강제'하는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여담으로 이것이 코로나를 잡기 어려운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집단보다 개인이 항상 우선이기에 개인의 이익을 희생할 생각이 없고, 국가가 강제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매니저가 전체인계에 늦지말라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그 후로도 몇일만 반짝 정시출근하더니 다시 돌아갔다.
쉬는 시간도 아주 멋대로! 쉬는 시간 전에 놀다가 막상 쉬는 시간이 시작되면 갑자기 일하고 막상 늦게 가서 늦게 돌아온다.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하면 정말 피곤하다. 팀제로 일하는데 나와 같이 배정받는 동료가 이런 식으로 일하면 그 사람 몫까지 나는 1인분 이상의 몫을 일하게 된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일도 서툰데, 이런 사람이랑 일한다는게 너무 억울해서 속상할 때도 있었다. 나는 일을 할때는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에 상대도 열심히 같이 으쌰으쌰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 고민을 들은 나의 소울메이트는 그게 다 내 욕심이라고 했다. 네가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남까지 열심히 했으면 하고 바라는건 내 욕심이라고. 그 뒤로 많이 우울해서 꼭 올해는 부서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소울메이트의 조언대로 모든것을 내려 놓고 그냥 내가 더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많이 일한다.
여기는 정말 쉬는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한국사회랑 도드라지게 다른 부분이다. 어쩔때는 너무 바빠서 쉬는시간에 맞춰 가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으면, 옆에서 그만하고 쉬다오라고 어차피 일은 끝이없다고 등을 떠민다. 내가 안가고 싶은게 아닌데ㅠㅠ!!!! 그리고 주변에서도 쉬는 시간 가졌는지 서로서로 물어봐준다. 나는 가끔 쉬는 시간 full로 안 쉴때가 있는데 몇몇의 동료가 알아차리고 몇 분 쉬다 왔냐고, full로 쉬다온 거 맞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정말 가끔은 '쉬는 시간 다 쉬면 집에 절대 8시에 못간다.' 하는 날이 있다. 그러면 조금 덜 쉬고 일할때도 있다. 나는 칼퇴근이 중간에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집에 일찍가기 위함도 있기에.
연차도 정말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이다. 왜 쓰는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번아웃을 막기 위해서도 종종 쉴 것을 권장한다. 처음에는 한국사회에 너무 익숙해서 연차쓰는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Self rota 시스템을 이용해서 틈틈이 쓰고 있다. 딱히 이벤트가 없어도 그냥 쓴다.
우리 병동의 분위기만 쓰려고 했는데 두루두루 쓰게 됐다. 국가마다 또 일하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영국은 한국이랑 월급 거의 비슷하다. 복지는 딱히 없다 솔직히.
꼭 영국에서 꼭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영국간호사 메리트는 딱히 없다는 게 나의 주관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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