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하면서 포스팅 하고 싶었던 이야기.
여기 영국에서 간호사의 가장 주된 업무는 투약이다.
한국에서 병동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 는 없지만, 한국에서 입원해 있었을때 아침이면 간호사가 약봉지를 주면서 복용하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알약들이 섞여있는 투명한 약봉지 말이다.
허리가 아파서 한국에서 가져온 그 약봉지를 먹으려고 가방에서 꺼냈는데, 같이 일하는 영국인이 "그게 뭐야?"라고 물어보는게 나로선 신기했다.
영국에서는 병동에서 투약할 때 상품화 된 약패키지에서 투여용량에 맞게 작은 약컵에 담아 환자에게 준다. 처음에 영국에서 일하게 되었을때, 이러면 낭비되는 약도 많고, 투약오류도 많지 않을까 했는데 (물론 그렇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게 더 환자 개개인에 맞춰 투여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초창기에 "영국은 투약을 이렇게 하는구나. 한국은 약국에서 처방전에 따라 조제 되어 올라오는데." 라고 했더니, "그럼 간호사는 뭐하는데?" 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참 신선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병동에서 만 1년을 일해보니, Drug chart 에는 혈압약이나 Digoxin 등이 처방되어 있는데, 환자 BP나 HR가 평소보다 낮다면? 그냥 그대로 주는게 아니라 의사에게 한번 더 물어보거나 간호사의 판단에 의해 약을 Omit할 수 있다.
처방대로 약을 그냥 주는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투여한다.
투약한 경우 이니셜사인을 하고, 투약하지 못한 경우는 사유를 써넣는다. 투약시간에 자리에 없거나, 금식상태 등 사유에 맞게 숫자를 적는다.
퇴원약 TTA라고 하는데, 그 역시 상품화된 약 그대로 처방에 맞춰 제공한다. Instruction에 맞게 약상자에서 환자가 알아서 꺼내 먹어야 한다. 자율적으로 투약하지 못하는 환자는 dossett box가 제공되고 district nurse나 carer가 방문해 투약을 도와준다.
한국에서 약국조제약을 먹을때 봉투에 각기다른 알약들이 뭔지 모르고 복용하는 일이 사실 나조차도 많다. 약봉지에 이미지와 설명이 써있고 요즘은 투명약봉투 위에도 각각 어떤 알약들인지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신경쓰지 않으면 이게 소화젠지 진통제인지 그냥 먹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또 알약들이 얼마나 서로 비슷한지.
어떤게 더 좋은지는 잘모르겠다. 뭐가 뭔지 몰라서 의사에 처방에 맞게 투약하는건 좋은거 같다. 영국환자들은 '이건 먹기 싫다.'하면서 빼고 먹는 경우도 많고, 이 나라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거부'라는 사유로 투약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여튼 영국간호사는 투약에 대한 책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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